2015. 11. 11.
이번엔 꼭 가족사진 찍어야지 하고 가서는 또 못 찍고 돌아왔다. 여기가 아버님 대학 때 어머님 고딩 때 생긴 커피숍인데 얼마나 좋은 컨텐츠야. 그런데도 사진 찍자고 말을 못 하고 가장 만만한 조카, 그리고 커피잔만 찍고 돌아왔다.
그리고 김장. 어떡하지 어떡하나 하다가 결국 철운이 대신 전화드렸다. 답을 얻는 건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었고 전화를 거는 것, 전화를 걸어서 김장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것, 그게 너무 어려워서 일주일을 두통에 시달렸다. 안 그랬었는데 언젠가부터 어머님께 전화 거는 게 어렵고 망설여진다. 이유도 알고 있다. 죄송한 일들이 많아지고 앞으로도 그럴 일들이 많을 걸 알아서. 이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테니까. 점점 더 힘들어하시는 게 보이는데도 여전히 뒷좌석에 앉아있는다는 게. 계속해서 감정은 복잡해지고 그게 다음 일을 못하게 만들어...
2015. 11. 1.
13세 3개월 1일
1937년 1월 11일 월요일
남자들이 오줌 누는 방식엔 세 가지가 있다. 1) 앉아서 누기. 2) 서서 고추 껍질을(사전에 나온 대로 말하자면 음경 포피) 안 까고 누기. 3) 서서 고추 껍질을 까고 누기. 껍질을 까면 훨씬 더 멀리까지 오줌 줄기를 보낼 수 있다. 그런데도 엄마가 도도에게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말도 안 된다! 하긴, 그런 건 본능적으로 깨달아야 하는 것 아닐까? 그렇다면 왜 도도는 그걸 혼자서 터득해내지 못했을까? 비올레트 아줌마가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난 어땠을까? 남자들이 고추 껍질 깔 생각을 못 해서 평생 자기 발 위로 오줌을 뿌리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? 선생들(륄리에 선생, 피에랄 선생, 오샤르 선생 등등)의 강의를 들으면서도 난 하루 종일 이 문제에 관해 곰곰이 생각했다. '세상 돌아가는 이치'(엄마식으로 표현하자면)에 관해선 한없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추 껍질을 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면! 가령 륄리에 선생 같은 사람도 세상 모든 사람에게 온갖 걸 다 가르쳐주고 싶어 하지만, 정작 자기 발 위로 오줌을 싸고는 왜 그렇게 됐는지를 궁금해 할 수도 있다. 틀림없다.
<몸의 일기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