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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3. 12. 26.

크리스마스가 된 자정부터 격렬하게 싸우고 새벽 내내 혼자 영화만 세 편 보며 울다가 간장 떡볶이 만들어 꾸역꾸역 먹었다. 남은 건 일부러 투명한 뚜껑으로 덮어 두고 잤다. 한낮에 일어났더니, 떡볶이를 무슨 핥아먹었나, 깨끗하게 싹 비워진 프라이팬. 먹었냐? 했더니, 어 맛있더라? 

저녁에는 캡슐 사러 오목교 갔다가 디아블로라는 악마 그림이 그려진 와인을 사서 집으로 오는 길에 되게 어려 보이는 커플을 봤다. 여자애는 누가 봐도 토라진 상태, 남자애는 어쩔 줄 모르면서 여자애 뒤통수만 보고 서 있었다.
쟤네 싸웠다 그지?
어, 싸우기 딱 좋은 날이지.

집에 와서 와인을 땄는데 철운은 고무 냄새가 난다고 투덜대고 나도 이런 맛은 먹어본 적이 없네 으엑. 다시 편의점 가서 복분자 두 병 사 왔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