♨︎

2015. 8. 12.

지난 주말, 겨우 마감해서 새벽에 메일 보내고 그때부터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까지 싸우다가 완전 녹초에 엉망진창인 상태 그대로 지갑도 없이 미동이네로 가서 잤다. 깨고 보니 날이 다시 어두워져 있고. 부재중은 잔뜩 쌓여 있고.

희한하다니까. 사소한 고민들 때문에 매일 깊게 못 자면서 꼭 이럴 때는 완전히 숙면한다. 오랜만에 꿀잠 자서 기분은 나아졌는데 뭘 사 먹고 싶어도 돈이 없으니까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.
내가 들어오자 이번엔 말없이 철운이 나갔다. 뻔하지 뭐 투다리나 전주집 가서 혼자 술 먹고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웬일로 술이 아니라 심야영화 보고 왔다고. 야 진짜 재밌어 이 영화 잘 돼야 되는데, 하고 먼저 말을 걸어오면서 싸움이 끝났다.

늘 비슷한 문제로.
싸움의 원인은 항상 하지 못한 말에 다 숨어 있다. 그러니 모르지. 그 말을 왜 못 하나 계속 생각해보면 저쪽이 아니라 내 쪽에서, '나' 라는 사람의 어딘가가 분명 잘못됐고 그걸 내가 아니까. 알면서 그래 꼭 알면서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