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5. 2. 28.
구정 핑계로 며칠 놓았다 다시 붙잡으려니 몸이 갈피를 못 잡는다.
대놓고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묵직하게 밑으로 꺼지는 느낌.
...
부산 작은엄마는 차례 지낸 뒤 바로 내려가지 않고 우리가 오는 걸 기다리셨다. 사촌동생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으셔서. 그림 좀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, 이쪽 일이라면 뭐든 알고 싶은 그런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. 하지만 그 나이 때 난 그만큼 그리지 못했고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지도 않았고, 그냥 계속 그렸으니까 지금도 그리고 있을 뿐이고... 그렇더라도 그런 말은 할 수 없으니 희망적이고 사실적인 점을 잘 섞어서 말씀드렸다.
옆에서 듣고 있던 엄마는 괜히 으쓱한 얼굴을 하다가도 문득 미안한 얼굴로 바뀔 때가 있었다. 작은엄마처럼 해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 같은 거겠지. 성인이 되고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. 너를 밀어주지 못해서 그렇다고.
항상 무심한 듯한 엄마가 그런 부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 게 신기했었다. 그때 나는 신경 쓸 필요 없다고, 지금 괜찮고 좋다고,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냥 웃고 말았다.
내가 태어나고 자란 방식이 작은엄마로부터-가 아니니까. 그런 관심이나 따뜻함이 놀랍고 좋으면서도 몸이 일단 반응하는 것이다. 나의 세계는 아니라고.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, 그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 못했다.
아무리 그래도 우리 생일 까먹는 건 좀 화나지. 그런 건 좀 기억해 달라고요