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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5. 2. 24.

시댁과 친정 모두 다녀온 구정이었다.

어머님 얼굴이 저번보다 더 안 좋아 보여서 물었더니, 몇 시간 전에 손님이 다녀갔다고. 어머님 걱정돼서 문병 온 분들을 대접하는 데에 또 힘을 쓰신 것이다. 제발 그냥 엄마 몸만 생각해 좀, 철운이 말하자, 저쪽에서 아버님이 그런 말 소용없다는 얼굴로, 엄마 원래 그래 맨날 그래.라고 하셨다.

그것만이 아니라 차례 음식도 그나마 내가 할 줄 아는 동그랑땡만 남겨 놓고 미리 다 해놓으셨다. 마음이 늘 무겁다. 적당히 괴로운 일은 그만큼 감당이 되는데, 이렇게 잘 모르겠는 깊숙한 무거움은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겠다. 그냥 계속 푼수가 되는 수밖에 없는 걸까. 어머님 동그랑땡 피자처럼 해봤어요, 같은.

죄송해요 항상
고맙습니다...

 


차례 지내고 홍천으로..

친정이라고는 하지만 여긴 내 고향도 아니고, 내가 쓰던 방이 남아있는 그런 진짜 우리 집 같은 마음이 들지 않는, 그래서 오히려 시댁보다 어색하고 낯선 곳.
그래도 막상 가면 또 좋은 것이 있다.
강에 앉아 있는 게 좋고 쫑이도 있고 올해는 동생 백곰도 생겨서.
그렇지만 그걸 빼면 그냥 엉망으로 정신없다. 자꾸 어긋나는 것들. 이런 좋은 풍경에서 개들하고 종일 느긋하게 있다 오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것이 늘 아쉽다. 어색함을 핑계로 마시는 술 때문에 매번 속으로 화를 키우고 돌아온다.

그런데 돌아와서는 또 재밌었다고 서로 얘기하는 것이다. 각자 뭐가 제일 재밌었는지 말하다 보면, 어느새 아빠라는 캐릭터, 또 이모부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지고,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를 그 상황을 돌이켜보면 의외로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며... 아 이제 돌아왔구나를 확인하는 것이다.